쉬어가기

못 말리는 극성 팬
밥은 초대권이 생겨서 수퍼 볼에 갔다. 그런데 공짜 표라는 것이다 그렇듯이 맨 끝 줄의 후미진 구석자리였다. 운동장에 있다기보다 차라리 광고용 비행선을 탄 기분이었다. 잠시 두리번거리던 밥은 저 앞줄 중계석 가까이 빈자리가 하나 있는 것이 보였다. 그는 재빨리 남이 차지하기 전에 그 자리로 옮겨 갔다.

옆 자리의 손님에게 "혹시... 사람 있는 겁니까?"

그 사람 대답이 정말 시원시원하다. "아뇨, 빈자리요."

밥은 소리라도 지를 양으로 기뻐서 자리에 얼른 앉았다. "세상에 이런 좌석이 이렇게 비어 있다니! 믿어지질 않는군. 어느 딱한 양반이 이렇게 비싼 자리를 사놓고 안 온단 말인가!"

옆 사람이 대답하기를 "실은 그 자리는 우리 꺼요. 난 마누라하고 오려고 했는데 그 마누라 일생에 한 번 데리고 오려고 했는데 그만 세상을 떴지요."

"아이구 저런, 참 안 되었오. 아니 그럼 다른 친구라도 같이 오시지 않구..."

"그게 그럴 수가 없지요. 모두들 우리 마누라 장례식에 갔거든요."

"?!"